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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목공의 노동일기」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001643
한자 -木工-勞動日記
영어음역 Interieo Mokgongui Nodongilgi
영어의미역 The Diary of A Woodworking Carpenter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유형 작품/문학 작품
지역 서울특별시 구로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박사문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성격 수필
작가 한정희
창작연도/발표연도 2006년연표보기

[정의]

2006년 한정희가 구로동의 어느 목수 일을 소재로 하여 지은 수필.

[개설]

「인테리어 목공의 노동일기」는 목수 일을 하는 일용직 노동자가 자신의 삶의 경로를 압축적으로 소개하고, 나흘간의 내부 수리 현장에서의 작업 과정과 감흥을 생생하게 기록한 수필이다. 「인테리어 목공의 노동일기」는 “진정한 삶의 연대와 평등의 지평을 열어 나가는 진보 생활 문예지” 『삶창』[삶이 보이는 창]에 수록된 수필이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실제 경험에서 비롯되는 노동자로서의 자긍심과 즐거움, 그리고 비애와 분노가 정직하게 드러나 있다.

[구성]

크게 이단 구성이라 할 수 있다. 노동자로서의 삶의 이력을 글의 서두에 소개하고 있는데 자긍심과 설움이 혼재된 양상이다. 본문에서는 빵집 체인점의 내부 수리 과정이 나흘에 걸쳐 소개된다. 막걸리 예찬과 산재 사고의 처리 방침에 대한 불만, 육체노동이 주는 기쁨, 연장 사랑론 등이 생생한 에피소드와 함께 제시된다.

[내용]

이른 새벽 눈을 떴다면 첫 버스를 타고 구로동 114번 구 종점 언덕으로 가보라. 그곳에는 어제의 고단한 노동을 마치고 내일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오늘도 변함없이 시커먼 작업복 잠바에 귀를 가릴 수 있는 모자를 눌러쓴 채 찌그러진 깡통 속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추위를 털어내며 몸을 파는 이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 속에 내가 있다.

난 목수다. 인테리어 목수라고도 하고 내장 목공이라 불리기도 하는 일용직 노동자다. 무궁화 다섯 개짜리 특급호텔을 비롯하여 두 평 남짓 되는 동네 분식집까지 목자재가 들어가는 곳이라면 어느 곳이든 필요로 하는 20년 경력의 베테랑급 기술자다. 삐까번쩍 룸살롱, 야시시한 안마 시술소, 쉘 위 댄스의 무도회장은 물론이거니와 재벌 회장의 저택 또는 별장, 대형 백화점, 대기업 사무실, 강남의 초호화 빌라 등등 수많은 곳들이 내가 박은 못들과 톱질들로 꾸며진 공간들이다. 참 대단하지 않은가?

하지만 난 개털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는 소위 건설 경기에 힘입어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할 정도로 일거리가 넘쳐 났고 그만큼 벌이도 괜찮았다. 몸은 피곤했지만 일거리가 있다는 것이 행복이었고 퇴근길에 막내 놈 좋아하는 새우깡 한 봉지는 빠트릴 수 없는 일과였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을 찍고 목포, 군산, 진도, 제주도까지 공사 현장이 있는 곳이면 겨울 지리산 골짝까지 전국 팔도를 누비고 다녔다. 그런데 그 무시무시한 IMF 이후에는 거짓말처럼 일거리가 뚝! 이었다. 일거리가 없어지자 일당은 절반으로 삭감되었고, 노동 시간은 오히려 늘어났다. 오후 4시에 먹는 새참도 끊겼고, 퇴근길 새우깡도 끊겼다. 그 동안의 벌이로 조금 모아 두었던 통장 잔고도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고, 그렇게 2000년 새해 벽두를 맨몸 맨살로 맞이했었다.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은 제과점 체인점 내부 수리 공사다. 파리 바께트라는 유명한 빵집 체인점을 내부 수리 중이다. 공사 기간은 보름 정도 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목공 작업은 나흘 남짓이다. 첫날은 자재를 하역하고 사방 벽면에 눈높이 정도로 먹 메김을 한다. 투명한 고무호스에 거품 없이 물을 가득 담아 양끝을 두 사람이 잡고, 벽면 모서리에 물 눈금에 맞추어 연필로 표시하면 양쪽의 수평이 정확하게 맞아지는 것이다. 이 일은 공사 마감 때까지 하는 중요한 작업으로 추운 겨울에는 물이 얼기 때문에 소주를 사용하기도 한다. 정말 추울 땐 마시기도 한다. 그리고 최대한의 공간 활용을 위해 천정 끝까지 올려 먹줄을 때려 목재를 박고 9.5㎜ 석고보드를 두 번 친다. 천장이 높을수록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횟수가 많아지고 그에 비례해서 두 다리가 흔들거리고 사다리도 함께 춤을 춘다. 아찔한 흔들림을 끝내고 동료들과 막걸리를 파는 정아네 집으로 간다. 나의 단골 막걸리집이다. 힘든 노동 뒤에 한 사발 걸치는 막걸리는 마누라보다 좋다. 묵은 김치에 생 두부를 듬직하게 말아 한 입 가득 넣고 나면 시장기와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려 보낼 수 있다. 가끔은 귀가 시간을 같이 날려서 마누라 잔소리를 고개 숙여 듣기도 한다.

둘째 날부터는 오줌 누고 거시기 볼 시간도 없이 바쁘다. 전기공, 설비공, 닥트공까지 좁은 공간에서 각자의 영역을 차지하고 작업하기 때문에 다리에 걸리는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작업등과 콘센트 달린 전깃줄, 콤프레셔에 연결된 에어(air)줄, 합판과 석고보드 부스러기 등이 뒤섞여 한 발 내딛기가 불안하고 행동의 제약으로 인해 작업 공정이 느려지기 일쑤다. 조리 공간과 매장을 가르는 칸막이를 시공하고, 콘크리트 기둥은 석고보드로 깔끔하게 감싸고, 지저분한 벽면에는 석재나 타일 작업을 할 수 있게 합판을 붙여야 한다. 그야말로 정신없다. 이런 날에는 특히 안전사고에 조심해야 한다. 목수들이 사용하는 연장들은 알다시피 매우 위험하다. 영화 속에서도 가끔 등장하는 타카[못을 박는 기계], 망치, 톱, 전기 대패, 전기톱 등 조금의 부주의에도 손을 베이고 심할 경우 잘린 손가락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때도 생기기 때문이다.

2년 전에 백화점 공사를 한 적이 있었다. 40대 중반의 동료였는데 기계톱을 사용하다 오른손 중지와 약지를 한 번에 잘리는 끔찍한 산재 사고를 당했다. 그런데 산재로 처리되지 못했고 공상으로 치료를 해야만 했었다. 나중에 전해들은 얘기로는 하청업체의 산재 사고 발생 시 원청업체로부터 다음 공사 수주를 못 받기 때문에 하청업체의 산재 발생률은 항상 제로여야 하기 때문이었단다. 분명 배상도 제대로 해주지 않았을 것이다. 녹과 먼지에 찌든 숨구멍을 틔우고 고된 몸을 달래기 위해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 없을 수 없다. 그러다 보면 거나해지는 술판!

셋째 날이다. 전날 과음의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친다. 한 달에 두세 번은 꼭 불어오는 초자연적 현상으로 가리봉동 정아네 집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날은 몸을 더욱더 움직여 노동 속에서 땀을 통해 체내의 알코올 기를 배출해 내야 한다. 상의가 젖어 오고 얼굴에 땀방울이 맺혀 톱질하는 합판 위로 떨어질 때, 바로 이때 후폭풍은 사라지고 몸은 평상으로 돌아온다. 힘든 육체노동이 주는 작은 기쁨이다.

내일은 무늬목 시공을 남겨 놓고 있다. 단풍나무, 참나무, 홍송 등의 원목은 비싸기 때문에 M.D.F라는 맨질 반질한 합판에 원목 효과를 낼 수 있게 인조로 된 나무껍질을 접착하는 작업이다. 요즘은 웰빙이니 아토피니 해서 포르말린을 방부제로 쓰고 있는 무늬목 대신 시트지[필름]를 마감재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 또한 대체 마감재는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원자재인 시트지는 물론이거니와 시공 때 쓰이는 본드와 신나도 화학 물질이기 때문이다. 푸르른 자연과 함께 숨 쉬는 곳이 아니라면 어떤 고급 자재로 포장을 한다 해도 진정한 인테리어 웰빙은 허구일 뿐이다.

이제 연장을 챙겨야 한다. ‘마누라는 빌려 줘도 목수 연장은 절대 안 빌려 준다’는 노 선배들의 연장 사랑론이―나는 ‘마누라 무시론’이라고 생각하지만―담긴 밥줄과 같은 연장을 007가방에 담아야 한다. 생존을 위한 연장이 아니라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연장을 꿈꾸며 나는 쳐다만 보아도 눈이 베일만큼 시퍼렇게 날 선 대패와 한 번의 톱질에도 아름드리 소나무가 잘릴 정도의 톱과 3인치 대못을 단 한방에 박을 수 있는 망치를 담고 오늘도 비탈진 가리봉 언덕을 내려오고 있다.

[특징]

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노동 계급의 현실을, 그리고 노동 계급을 위한 문학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진정한 노동 문학의 한 전범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구로동 114번 버스 구 종점 언덕’의 ‘찌그러진 깡통 속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추위를 털어내며’ 시작하는 하루는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연장을 꿈꾸며, 오늘도 비탈진 가리봉 언덕을 내려오는 것’으로 마감된다. 나흘간의 작업 과정을 순차적으로 서술하는 부분에선 노동자로서의 삶의 체험과 감정이 개인적 경험에 한정되기 보다는 사회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 보편성을 담보함으로써 ‘일기’를 넘어서는 문학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의의와 평가]

「인테리어 목공의 노동일기」를 통해 노동자의 삶에 대한 이해와 공감, 나아가 그들과의 연대를 생성할 수 있다면 근대 자본주의 사회의 내재된 갈등과 모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 삶이 보이는 창(http://www.samchang.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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