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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0B010303
지역 서울특별시 구로구 가리봉동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다일

음식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통점이 있다. 사람이 모이면 음식을 먹고 그것이 바로 문화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를 알아보려면 음식을 먹어 봐야 한다. 음식은 사람들을 따라 이동하고 전파되며 뿌리내리고 변화한다.

가리봉동의 음식 문화 역시 살고 있는 사람들만큼이나 다양했다. 김밥과 분식을 파는 한국 음식점을 비롯해서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양고기꼬치를 비롯해 중국 음식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한국 사람들이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김치를 먹고 된장을 찾는 것처럼 중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가리봉동에서도 중국 음식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중에 유독 눈에 띄는 음식점이 있다. 커다란 붉은 간판에 쓰인 글씨가 인상적이다. 1층과 지하층으로 이루어진 가리봉동에서는 큰 규모의 음식점이다.

가리봉동 중국 음식점 이야기를 ‘왕중왕미식성’ 왕해군[1977년생] 사장으로부터 들어 봤다.

[한국에 문을 연 정통 중국 요리]

왕해군 사장이 운영하는 왕중왕미식성은 중국 본토 요리를 전문으로 한다. 좀 더 자세히 말하자면 동북 3성 요리와 사천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사장인 왕해군 씨는 ‘만족’이다. 만족은 동북 3성과 요령성에 주로 거주하고 있는 민족이다.

왕해군 씨가 조선족 부인 김영희(1983년생) 씨와 함께 가게를 연 것은 지난 2003년이었다. 한국에 일자리를 찾아왔다가 우연한 기회에 음식점을 해 보기로 한 것이 오늘날에 이르렀다.

처음엔 작게 시작했던 가게가 지금은 지하 1층과 지상 1층, 150여 평[495.87㎡]의 가게로 발전해 가리봉시장 골목에서는 가장 큰 규모가 됐다.

왕해군 씨 부부가 가리봉동에 가게를 열게 된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로 중국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어서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측했다. 예상은 적중했고, 많은 중국인들이 왕해군 씨의 가게에서 생일이나 모임 등의 행사를 하면서 가게는 번창했다. 둘째로 사업하기가 편리했다. 김영희 씨의 말에 따르면 “중국보다 한국이 세무 관련 문제나 상업 관련 법에서 사업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한다.

사실 왕해군 씨 부부의 이야기는 그들의 사업적 측면을 본 것이지만 가리봉동 주민들의 향수를 달래는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가리봉동에 사는 조선족과 한족 사람들은 고향이 생각나거나 친구를 만날 때 중국 요릿집을 찾는다. 이곳에서 생일 파티를 하고 고향 사람들끼리 모임을 열고 슬픈 일을 위로하면서 술 한 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그래서 가리봉동에는 중국 음식점들이 눈에 띄게 많다.

[고향을 떠난 향수를 달래 주는 맛]

왕해군 씨의 가게는 중국 본토의 맛을 살린 것으로 유명하다.

자주 찾는 중국인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이야기다. 안주인 김영희 씨는 음식 맛의 비결에 대해 “중국 재료를 많이 사용해서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양념과 소스 등은 중국에서 직접 들여온다. 하지만 신선도를 요하는 채소류는 한국에서 나는 것을 쓰고 있다.

왕해군 씨의 가게에는 한국 손님도 많이 찾아오지만 주로 중국인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곳이라 직원들이 한국말에 서투르다. 메뉴판도 중국어로 되어 있어 한국 사람들은 그림만 보고 주문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중국 본토의 맛을 느끼려는 사람들이 꾸준히 가게를 찾아오고 있다.

[음식 맛뿐 아니라 음식점 운영도 중국식으로]

중국 본토의 맛이 바로 고향의 맛인 사람들이 가리봉동에 살고 있다. 타향살이를 해 본 사람은 누구나 알겠지만 제일 그리운 게 바로 고국의 음식이다. 한국 사람이 해외로 떠나면 김치찌개가 먹고 싶듯이 가리봉동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중국 사람들은 중국 음식을 그리워한다. 가리봉동의 중국 음식점들은 그래서 중국어로 메뉴를 만들었고, 중국어로 손님을 맞이한다. 그 외에 가게 운영하는 방법도 중국의 그것 그대로다.

예를 들면 소위 ‘서비스 메뉴’라고 불리는 요리가 그것이다. 가리봉시장 골목에는 중국 요리를 하는 음식점들이 많이 몰려 있다 보니 생겨난 것이기도 하지만 중국에서도 많은 음식점들이 서비스 메뉴를 내놓는다고 한다. 바로 중국의 문화인 셈이다. 중국인들이 거주하는 곳이라 당연한 결과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쟁이 붙은 것. 이에 대해 김영희 씨는 “가리봉동 인근의 중국 식당들은 ‘서비스 메뉴’를 위해 별도의 요리를 만들기도 하고 차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제공]

  • •  왕해군(남, 1977년생, 구로구 가리봉동 주민, 왕중왕미식성 사장)
  • •  김영희(여, 1983년생, 구로구 가리봉동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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