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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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구로구 구로3동은 고층 빌딩과 아파트로 이뤄진 삭막한 회색 도시다. 이런 곳에서 1961년에 지어진 공영 주택 600동과 간이 주택 275동, 1962년에 지어진 공익 주택 275동에 대한 이야기를 찾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듯싶었다. 그런데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공영 주택과 간이 주택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라는 사람들의 증언이 나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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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현재 남구로역 4번 출구에서 구로3동을 둘러보면 온통 다세대 주택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요즘 말로 빌라라고 부르는 건물들인데, 한 건물이 보통 20평[66.12㎡] 남짓한 크기다. 그리 넓지 않은 건물들이지만 대부분 4층에서 5층 정도로 높게 올렸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골목이 좁다. 빌라의 건물과 건물은 거의 맞닿아 있어 주차를 위해 배려한 곳이 거의 없다.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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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는 정부가 무허가 건축물을 정리하던 시기였다. 6·25전쟁 때 서울에 정착한 사람들이 무허가 건축물을 짓고 살기 시작했는데, 1960년대 서울시 추산으로 13만 6650동의 무허가 건축물이 조사됐다. 서울시에서는 경기도 광주에 대단위 단지를 조성해 이주시킬 계획을 세웠고, 1968년에는 서울 각 지역에 시영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속전속결로 지어진 아파트는 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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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싸고 좋은 물건이 많아요. 오늘 판매금은 전액 불우한 이웃을 위해 사용됩니다.” 2010년 10월 25일 구로종합사회복지관 앞 주차장에서는 한바탕 떠들썩한 풍경이 펼쳐졌다. 의류와 생활 용품은 물론 먹을거리 장터와 천연비누 만들기 등 각종 이벤트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었다. ‘구로3동 주민화합의 날 바자회’는 매년 가을에 열리고 있다. 2010년에는 구로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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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옛날부터 구로동에는 각만이마을, 구루지마을, 늑대다리, 주막거리, 상나무재 등으로 불리는 자연 마을들이 있었다. 각만이마을은 현재 구로5동주민센터 서쪽 애경백화점 오른쪽에 있던 마을로, 풍수가들이 앞으로 이 지역에 수만 호의 가옥이 들어설 것이라고 예언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예언이 맞아 떨어진 건지 건물도 많이 들어서고 유동 인구도 많은 지역이 되었다. 각만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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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과 가리봉동에서 만난 노인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었다. 바로 “장화 없이는 못 사는 동네지.”,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으면 못 산다 했어.”라는 말이었다. 가리봉2동 골말경로당에서 만난 윤묘병[1927년생] 씨는 “내 어렸을 때는 여기 장마라도 오면 난리가 났었지.”라는 말로 옛 시절의 고단함을 털어놓았다. 노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장마철이면 지금의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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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현재 이인엽[1955년생] 씨는 구로3동 주민자치위원장을 맡고 있다. 25명의 주민자치위원은 매달 모여서 구로3동의 현안을 처리한다. 마침 이인엽 씨를 찾아간 날이 주민자치위원회 회의가 있는 날이었는데, 구로3동 동장도 새로 바뀌어서 상견례 겸해 마련한 자리라고 했다. 주민자치위원회 회의는 하루가 저물어 가는 저녁 6시에 개최됐는데, 모두 생업이 있는 사람들이어서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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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원[1980년생] 씨는 광주광역시가 고향이다. 대학을 중퇴하고 올라온 서울에서 최서원 씨는 서울 구로동에 있는 게임 잡지사에서 일하게 됐다. 그때가 2004년이니 벌써 6년이 지난 일이다. 당시는 구로디지털단지가 생기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많은 건물들이 공사 중이었고, 아파트 단지도 터를 파고 있거나 거의 완공 단계에 이를 무렵이었다. 최서원 씨가 다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