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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0A010202
지역 서울특별시 구로구 구로동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다일

[구로동의 자연 마을들]

오랜 옛날부터 구로동에는 각만이마을, 구루지마을, 늑대다리, 주막거리, 상나무재 등으로 불리는 자연 마을들이 있었다. 각만이마을은 현재 구로5동주민센터 서쪽 애경백화점 오른쪽에 있던 마을로, 풍수가들이 앞으로 이 지역에 수만 호의 가옥이 들어설 것이라고 예언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예언이 맞아 떨어진 건지 건물도 많이 들어서고 유동 인구도 많은 지역이 되었다. 각만이마을 뒷동산을 각만이동산이라고 불렀는데, 옛날에는 숲이 우거졌다고 한다.

늑대다리 부근 경인로 변에는 주막과 대장간을 포함한 서너 채의 집이 있어 주막거리라고 불렸다. 현재의 경인로 앞 기아산업 중기사업소 일대에 해당된다. 이 주막거리에서 멀지않은 곳에 경부선경인선의 분기점이 되는 구로역이 있었는데, 옛날의 주막이 오늘날의 역사(驛舍)가 된 우연치 않은 예이다.

구로동 523-29번지에 있던 상나무재에서 늑대다리로 가려면 오른쪽은 산이고 왼쪽은 논 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가야 한다. 그런데 늑대다리에 거의 다가서면 산 밑에 겨울에도 얼지 않는 샘이 있었다. 이 물이 효험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인근 마을 사람은 물론 먼 곳에서도 퍼다 먹었으며, 매월 초하루와 보름이면 이 샘에 고사를 지내는 사람도 많았다. 이 샘물은 특히 옻 오른 사람이 마시면 백발백중으로 나았기 때문에 옻우물약수터라고 불렀다.

구로지마을의 경우, 1965년 한글학회가 출간한 『한국지명총람』에 따르면 “구로리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이고, 상·중·하의 세 구로리 중 지대가 낮은 곳의 마을을 구루지라고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지금의 구로3동으로 구분되는 ‘하구로리’를 ‘구루지’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구루지마을 뒤쪽에는 산이 솟아 있고, 산에서 흘러내린 크고 작은 시내에 많은 다리가 놓여 있었다. 그중 구루지마을 뒤쪽에 해당하는 지금의 기아산업 중기사업소 정문 앞으로 흐르는 넓은 내에는 다른 곳과 달리 토교(土橋)가 놓여 있었다고 한다. 근처의 야산이 낮기는 하나 당시에는 워낙 숲이 무성했고, 마을 뒤쪽 후미진 곳이기에 한낮에도 늑대가 많이 나왔다고 전한다. 또 도둑들이 숨어 있다가 지나가는 행인의 금품을 가로채기 일쑤여서 이 다리를 늑대다리라고 불렀으나 지금은 복개되어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한국지명총람』에는 ‘군용지밭’이란 이름도 있는데, 국방부에 딸린 군용지의 밭이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마을의 서쪽 기슭에 윤씨네 농막과 서너 집으로 새로 생긴 지역은 ‘새말’이라고 불렀다. 이외에도 ‘중구로리’는 ‘시꿀’이란 이름으로 불렸다고 한다.

[안양천과 도림천의 추억]

2010년 현재 구로동에서 안양천도림천에서 뛰어놀았던 사람들을 만나기는 어렵다. 도시화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들고난 곳이라 옛 추억을 가진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래도 1960년대 초반에 구로동에서 살았던 사람들은 천에서 물고기를 잡던 추억이 있다. 지금도 구로동에 살고 있는 이인엽[1955년생] 씨에게도 그런 기억이 남아 있다.

이인엽 씨에 따르면, 구로동에서 대림동으로 넘어가는 도림천에는 돌다리가 몇 개 놓여 있었다고 한다. 1960년대 생겨난 공장들은 대부분 구로동에 있었는데, 공장을 오가는 사람들은 인근 대림동과 가리봉동에 살면서 출퇴근길에 다리를 건너야 했다. 그 중 어떤 다리에서는 통행료를 받기도 했다고.

당시 어린 아이였던 이인엽 씨는 도림천안양천을 오가며 놀았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구로동 북쪽의 도림천구로동 아이들이 주로 놀러가는 곳이었다. 물가에서 멱을 감기도 했고, 물고기를 잡기도 했다. 개천가에 핀 나물들은 동네 아주머니들이 부지런히 뜯어 갔다.

구로동 남쪽에 있는 안양천은 1400년경에는 대천(大川)으로 불렀다. 조선 후기부터 대천 또는 기탄(岐灘)으로 호칭되다 근세에 이르러 안양천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1910년경의 안양천은 꽤 굴곡이 있는 사행 하천이었지만, 산업화 이후 도시 개발에 따른 하천 정비로 콘크리트 하천이 되어 버렸다.

[세월 따라 모습이 변한 안양천과 도림천]

구로구의 주요 하천인 안양천도림천도 개발의 시기를 겪었다. 1970년대에는 도림천 위로 지하철 2호선이 건설됐다. 개천 위에 기둥을 세우고 고가를 놓아 지하철이 다녔다. 지금도 그 모습은 그대로다. 하지만 아래 모습은 바뀌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하천은 썩은 냄새가 나고 오물이 방치된 곳이었다. 사람들은 하천 위로 덮은 아스팔트길로 다녔고 하천은 도로 아래로 흘렀다.

변화가 생긴 것은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이다. 한강 고수부지와 이어지는 안양천이 복원됐다. 한강시민공원에서 이어지는 길이 만들어졌고, 주민들이 산책과 운동을 위해 길을 찾았다. 한강에서 시작된 길은 꾸준히 이어졌다. 신도림역 부근에서 안양천과 만나는 도림천 역시 개발됐다. 신도림역에서 대림동으로, 다시 대방동까지 이어지는 도림천 역시 냄새나는 하천의 이미지를 벗었다.

2010년 현재 구로구 주민들은 도림천을 따라 운동을 한다.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조깅을 하며 걷기도 한다. 구로동에서 시작한 도림천 변 길은 대림동과 신도림동을 거쳐 안양천과 만난다. 신도림에서 자전거로 한강까지 불과 10여 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도 자전거로 여의로를 가려면 천천히 달려도 20여 분이면 된다.

물에 들어가 고기를 잡고, 돌다리를 놓고 통행료를 받던 옛 모습은 모두 사라졌지만 이제 도림천은 주민 생활에 건강한 도움을 주는 하천으로 자리 잡았다. 두 개의 물길이 만나는 덕택에 보다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제공]

  • •  이인엽(남, 1955년생, 구로구 구로3동 주민, 구로3동 주민자치위원장)
[참고문헌]
  • 『한국지명총람』(한글학회, 1965)
  • 건강한 도림천을 만드는 주민모임(http://www.dorimchun.org/)
  • 안양천수질개선대책협의회(http://www.guro.go.kr/an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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