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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0B030101
지역 서울특별시 구로구 가리봉동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다일

가리봉동을 다녀보면 눈에 띄는 전단지들이 있다. ‘원룸’, ‘화장실 있음’ 같은 부동산 전단지다. 물론 다른 동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골목을 조금 더 걸어 보면 색다른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전단지가 아니라 칠판인데, 흰색 바탕에 검정 매직으로 빈 방이 있다는 것을 표시하고 있다. 마치 군대 상황판처럼 출입문 좌측 담벼락에 붙어 있으니 눈에도 잘 띈다. 게다가 바로 이 집에 방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니 독특하고 실용적이다.

벽에 붙은 전단지에는 항상 휴대폰 번호가 있다. 집주인의 전화번호다. 호기심에 전화를 걸었다. 중년을 넘어선 여성으로 추정되는 목소리가 전화를 받는다. “방 있냐?”는 질문에 “한국 사람이냐?”는 반문을 했다. 그렇다고 했더니 “방이 있기는 있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더니 오히려 질문이 이어진다. “혼자 들어오려는 것이냐?”, “방이 좁은데 괜찮겠느냐?”, 오히려 방을 구하는 사람보다 세를 놓는 사람이 더 신경 쓰는 눈치였다. 사정을 얘기하고 찾아가 보겠다고 했지만 끝내 만나 주지 않았다.

[월세 10만 원짜리 방에 부동산 수수료 내는 게 아깝지]

가리봉동에서 벌집을 구하려면 발품을 팔아야 한다. 골목골목을 돌아다녀 봐야 하고, 친지와 동료를 동원해 소문도 들어 봐야 한다. 여느 동네처럼 부동산 중개업소로 일단 들어간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곳의 방들은 월세가 10만 원 선에서 시작한다. 보통 15만 원에서 25만 원 사이의 저렴한 방이다 보니 부동산 수수료도 작다. 방 하나 소개해 봐야 몇 만 원이다. 당연히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는 벌집 소개를 꺼린다. 벌집을 들어오려는 사람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 한 달 월세 만 원을 아끼려고 방을 옮기려다 보니 부동산 수수료도 아깝다.

대부분의 벌집들이 보증금도 없다. 있어도 수십만 원 수준밖에 안 된다. 그러니 계약서에 날인하는 것을 꼼꼼하게 챙기는 사람이 드물다. 자연스럽게 집을 내놓는 사람과 찾는 사람 사이에 직거래가 형성된다.

[집주인은 사람 관리, 세입자는 생활 여건을 가장 중요시]

벽마다 붙여 놓은 전단지를 통해 전화가 걸려오면 집주인들은 예비 세입자들을 만나 본다. 가리봉동에서 벌집을 운영하는 김정득[1947년생] 씨는 “세입자를 만나보고 꼼꼼하게 물어 본다. 그래야 공동생활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좁은 공간에서 화장실을 공유하며 살아야 하는 벌집 생활이다 보니 서로 간에 생길 수 있는 마찰을 줄여 주는 것이 집주인이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 김정득 씨의 설명이다. 반면 세입자들은 집주인이 건물이나 관리를 꼼꼼히 하는지 따져 본다. 또 방의 구조, 창문의 크기, 옆집 사는 사람들까지 고려한다.

[정보제공]

  • •  김정득(여, 1947년생, 구로구 가리봉동 주민, 벌집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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