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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30C030101
지역 서울특별시 구로구 수궁동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이윤정

궁동은 1413년(태종 13) 부평도호부로 기록된 이래, 인천부와 경기도 부평군, 경기도 부천군에 속해 있었다. 1963년 서울시 영등포구로 편입되기 전까지 궁동은 논밭과 산이 어우러진 서울 근교의 땅이었다.

고려 후기 전의이씨 가문이 정착한 궁동에는 상주박씨, 진주유씨, 안동권씨, 전주이씨, 제주고씨 등 여섯 개의 성씨가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다.

2.67㎢의 넓지 않은 면적에 여섯 성씨가 대촌을 이루고 살았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궁동이 서울과 가까운데다 생업용 전답과 묘지용 산지가 모두 있어 관료 만년의 주거지로 적합하지 않았을까 하고 추측하는 마을 주민들도 있다.

1968년에 들어선 서울온수일반산업단지[일명 온수공단]와 1980년대 이후 늘어난 연립 주택 단지로 집성촌이 밀집한 궁동의 색깔은 점차 옅어졌다. 그러나 궁동에는 여전히 안동권씨전의이씨가 각각 20여 가구 이상 남아 명맥을 이어 가고 있다.

[수궁동 첫 정착 가문, 전의이씨]

궁동의 옛 지명에서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양지말’과 ‘음지말’이다.

주민들은 와룡산 아래 안동권씨 마을을 ‘양지말’, 청룡산 자락 전의이씨 마을을 ‘음지말’이라 부른다.

정선옹주안동권씨 집안으로 출가해 옹주궁을 짓고 살다 보니 안동권씨 마을을 ‘양지말’라 부른 것이다. 그러나 마을에서 큰 세력을 형성했던 안동권씨보다 궁동에 먼저 정착한 것은 전의이씨 가문이었다.

전의이씨는 고려의 개국 공신인 이도(李棹)가 시조다. 공민왕 때인 1360년 11세손 이정간, 이문간 형제가 궁동 산10번지를 중심으로 약 30만 평[약 0.99㎢]의 사패지를 하사받은 것이 궁동 집성촌의 시작이었다.

이정간 공은 1405년(태종 5) 강화부사로 지내던 중 호랑이를 포획하여 비단을 하사받기도 했다. 나이 70세 때 100세 노모를 모시기 위해 벼슬에서 사임했는데, 세종이 이를 알고 그의 효심을 높이 사 자헌대부중추원사로 승진시킨 후 궤장(几杖)[국가에 공이 있는 늙은 대신에게 내려 주던 궤(几)와 지팡이]을 내려 주었다고 한다.

전의이씨 후손들은 세종대왕이정간 공에게 하사한 ‘가전충효 세수인경(家傳忠孝 世守 仁敬)’, 즉 “충성과 효도로 가업을 전승하고 인과 공격으로 세세손손 지켜 나가라.”는 의미의 어필을 가훈으로 삼고 있다.

전의이씨 가문의 선영은 청룡산 자락에 보존돼 있다.

전의이씨 28세손인 이경노[1940년생] 씨는 “전의이씨 가문은 세종대왕이 내리신 가훈을 받들어 장학 사업과 효 장려 사업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시대에 맞게 효를 실천하고 가문의 명맥을 이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 입니다.”라고 말했다.

[와룡산의 혈이 모이는 곳, 안동권씨 마을]

안동권씨궁동에 들어온 것은 전의이씨가 정착한 지 약 240년 뒤인 1600년대 무렵으로, 선조충정공 권협[1542~1617]이 궁동 지역에 정착하면서부터다.

권협 공은 임진왜란 때 명나라에 청병 사신으로 다녀와 선무공신 3등이 된 인물이다. 권협 공의 손자 권대임선조대왕의 일곱째 딸인 정선옹주와 성혼한 후 지금의 서서울생활과학고등학교 일대를 사패지로 받았다.

궁동의 혈은 안동권씨 문중 선영이 있는 와룡산 중심부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용이 누워 있는 형상으로 자리 잡은 와룡산은 닭이 날개를 펼쳐 마을을 감싼 듯한 모양으로 ‘좌청룡 우백호’의 줄기를 형성했다.

안동권씨 묘역 인근에는 두 개의 신도비가 있다. 권협 공의 신도비와 손자인 권대임의 신도비다. 권협 신도비는 1673년(현종 14)에, 권대임 신도비는 1714년(숙종 40)에 세워졌다.

신도비의 비문은 계속된 탁본 작업으로 인해 거의 알아볼 수 없는데, 다행히도 한국향토사연구전국연합회에서 2000년 비문의 내용을 번역해 정리해 『조상들의 품에서 살아온 사람들』에 수록해 놓았다.

안동권씨 묘역과 신도비 바로 옆에는 궁동생태공원이 조성됐다.

2008~2010년 수궁동 자치위원장을 맡은 권창호[1950년생] 씨는 안동권씨 16세손이다. 권창호 씨는 “안동권씨 가문이 400여 년 궁동에 뿌리 내리고 산 셈이에요. 마을에 있는 자원을 활용해 점차 사라져 가는 전통을 살리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정보제공]

  • •  권창호(남, 1950년생, 구로구 수궁동 주민, 수궁동 주민자치위원장)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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