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9017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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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農占- |
이칭/별칭 | 농사점,농가점 |
분야 | 생활·민속/민속 |
유형 | 의례/평생 의례와 세시 풍속 |
지역 | 전라북도 순창군 |
집필자 | 황금희 |
[정의]
전라북도 순창 지역에서 한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풍습.
[개설]
농점치기는 순창 지역에서 그 해 농사의 풍흉(豐凶)을 미리 점쳐 보는 점세법(占歲法)이다. 농경 민족이었던 우리 민족은 생활의 안정과 농곡의 풍양을 하늘에 기원하였으므로 한 해 농사의 풍흉을 미리 알아보려는 농점치기 풍습이 생겨났다. 농점의 방법을 그 유형별로 나누어 보면 자연 현상에 의한 것, 동식물에 의한 것, 민속놀이에 의한 것, 인위적인 것 등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연원 및 변천]
농점에 관한 초기 기록으로는 『삼국지(三國志)』 위서 동이전 예조(濊條)에 별자리를 보고 점친 습속이 보인다. 그 밖에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한양세시기(漢陽歲時記)』 등 몇몇 세시기에 농점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절차]
1. 자연 현상에 의한 점법
천체나 기상의 변화를 관찰하여 한 해의 풍흉을 점치는 형태이다. 복흥면에서는 ‘달점’을 치는데, 정월 대보름 달빛이 붉으면 가물고 희면 장마가 있을 징조이다. 또한 달의 사방이 두터우면 풍년이 들고 엷으면 흉년이 들며, 조금도 차이가 없으면 평년이 될 징조라고 해석하였다. 인계면에서는 정월은 날씨가 궂은 게 좋고, 추석은 맑아야 풍년이 들어 좋다고 하였다.
2. 동식물에 의한 점법
동물의 행위나 식물의 성장 등을 관찰하여 풍흉을 점치는 형태이다. ‘소점’은 정월 보름 전후에 소 앞에 곡식이나 음식을 놓고 어느 것을 먼저 먹느냐에 따라 그 해의 풍흉을 점치는 것이다. 대보름 전날 소 앞에 음식을 차려 놓고 소가 밥부터 먹으면 풍년, 나물부터 먹으면 흉년이라고 풀이하였다. ‘새점’은 정초에 까치가 울면 길하고, 까마귀가 울면 흉하다고 한다. ‘나비점’은 정초에 흰 나비를 보면 초상이 나 복을 입을 것이고, 호랑나비나 다른 색깔의 나비를 보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여겼다.
책력에 의하면, 해에 따라서 삼룡치수(三龍治水)·오룡치수·칠룡치수·십일룡치수 등으로 다르게 나타나는데, 그 해 용의 수를 보고 그 해 비가 많이 올지 적게 올지를 점쳐서 안다고 한다. 이는 정월에 첫 진일(辰日)이 어느 날에 드느냐에 따라 그 해 용의 수가 결정된다. 치수를 하는 용의 수가 적당해야[3~4마리] 그 해에는 비가 알맞게 와서 농사가 잘 되고, 용의 수가 아주 적거나 많으면 가물어서 흉작이 된다고 풀이한다. 이는 용의 수가 아주 적으면 방심하거나 제멋대로 하고, 반대로 너무 많으면 화합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서로 미루어서 비를 내리지 않는다고 믿는다. 이러한 점법은 소·까치·닭·용 등의 동물을 신성시하고 영물시한 데서 생긴 일종의 속신이라 할 수 있다.
3. 민속놀이에 의한 점법
민속놀이의 승패에 따라 한 해 풍흉을 점치는 형태이다. 주로 정월 대보름을 전후하여 행해지는 ‘줄다리기’는 마을과 마을끼리, 또는 한 군(郡)이 동서 혹은 남북으로 편을 갈라 승부를 겨루는데, 이긴 편 마을에 풍년이 든다고 한다. 또 동네에 따라서 암줄과 수줄의 대결, 곧 여자와 남자로 패를 갈라 줄다리기를 하는데, 여자 쪽이 이겨야 풍년이 든다고 믿었으며, 대개 여자 쪽이 이기도록 되어 있다. 순창읍 옥천 천변에서 매년 음력 정월 대보름에 행해지는 옥천 줄다리기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4. 인위적 점법
어떤 도구나 기구를 가지고 인위적으로 자연 현상을 조사하거나 실험하여 풍흉을 점치는 형태로서, 달불음[月滋]이 이에 속한다. 정월 초하룻날은 농가에서 일 년 농사의 점을 치는데, 수숫대를 둘로 갈라 속이 연한 부분에 콩이나 팥을 1년 월수대로 12개를 박아 실로 동여맨 후 물속에 담가 두었다가 살펴서 물에 불어 커진 달은 농사가 잘 되고, 안 불어서 그대로인 달은 비가 적어 농사가 신통치 못한 징조라고 풀이하였다. 농점을 월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설날: 설날은 일 년의 시초이니 이날의 날씨는 바로 새해 날씨의 예조(豫兆)라고 하여, 설날의 날씨를 보아 일 년을 점쳤다. 설날 달불음도 하여 강수량이 풍부한 달을 점쳤다.
2) 12지일: 쥐날은 밤이 캄캄해야 좋다. 용날에 우물에 가서 물을 길어 오면 모내기 하는 날에 비가 온다고 한다. 음력 정월 맨 처음의 진일을 치수(治水)라고 한다. 진일이 초하루면 일용치수, 10일이면 십용치수라고 하여 용이 많고 적음을 의미한다. 용이 많으면 서로 미루고 비를 내리지 않아 그 해는 가뭄이 들고, 용이 2~3마리면 가장 알맞다. 또한 용이 적으면 가뭄이 든다고 하여 농가에서는 새해의 책력을 보면서 먼저 득신과 치수를 알아보았다고 한다.
3) 상원: 농가에서는 정월 14일부터 대보름인 상원 사이에 점세가 가장 많다. 자연 현상에 의한 점법으로는 달점, 좀생이보기, 용의 밭갈이 등이 있다.
일기점으로는 “정월 보름날 안개가 끼면 충해가 많다.”, “정월 보름날 쾌청하면 풍년이 든다.”, “정월 보름날 아침에 바람이 불면 2월에 영동 바람이 세다.” 등이 전해지고 있다.
동물점으로는 소·까치·닭·용 등에 의한 점법이 있다. 보름날 아침에 소에게 찰밥과 나물을 주는데, 소가 밥을 먼저 먹으면 풍년이 들고 나물을 먼저 먹으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인계면에서는 개밥을 주며 점을 치기도 했는데, 개가 조나 수수와 같은 잡곡을 먼저 먹으면 흉년이 들고 쌀밥을 먼저 먹으면 풍년이 든다고 하였다.
또한 줄다리기, 고싸움놀이, 차전놀이, 석전, 횃불싸움, 쥐불놀이, 달집태우기, 윷놀이 등과 같은 민속놀이에 의한 점법과 나무 그림자점, 사발재점, 달불음 등과 같은 인위적 방법에 의한 점법이 있다.
4) 2월: 2월은 ‘영등달’이라고 하는데, 초하룻날에는 영등할머니라는 풍신(風神)이 하늘에서 내려온다고 하여 바람에 관한 일기점이 많다. 즉 “2월 초하룻날 바람이 불면 흉년이 들고 비가 오면 풍년이 들지만, 비가 오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 “2월 초하룻날이 바람 영등이면 그 해는 바람 부는 날이 많고, 비가 오거나 구름이 끼면 그 해는 비가 흔해서 농사가 잘 된다.”, “2월 12일에 바람이 불고 20일에 비가 오면 그 해 농사가 잘 된다.”고 하는 등이다.
5) 8월: “추석날 맑으면 보리 풍년이 들고, 비가 내리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6) 11월: 동짓날 일 년 열두 달에 해당하는 팥죽 열두 그릇을 떠 놓고, 팥죽이 식은 뒤 죽에 물기가 있고 없음에 따라 그 달의 강수량을 점쳐 다음 해 농사의 풍흉을 점친다. 가운데가 터서 갈라지는 그릇에 해당하는 달은 가물다고 한다.
7) 섣달: 섣달그믐 날은 캄캄하고 어두워야 좋다고 한다.
[생활 민속적 관련 사항]
우리 조상들은 자연 현상이나 날씨, 동식물의 정령(精靈) 등이 인간 생활과 교섭이 있는 것으로 여겼고, 미래의 운명과 행복한 삶을 위하여 점복을 끌어들였다. 특히, 농경민의 가장 큰 소망은 풍작이었고, 이를 점쳐 보려 하였던 점풍(占豐)은 세시 풍속으로 정착되어 생활화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농점은 풍수가나 점복가가 점치는 것이 아니라 농사의 경험이 많은 노인과 예로부터 전승되는 농가의 지식, 그리고 일관(日官)과 당년의 책력에 기록된 문자와 간지 등에 의하여 점쳐졌다.
점의 내용은 연초부터 추수를 하기 이전까는 일 년 일과 질병·풍흉 등이 큰 관심사였다. 가을과 겨울에는 이미 추수도 끝났으므로 그 해보다도 다음 해의 연사, 특히 봄철 한수(旱水)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다. 천수답(天水畓)에서 농사를 지어 오직 하늘에 의지하고 살던 옛 농경 민족이 시험하던 점법으로 풍년을 갈망하여 생긴 것이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