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9018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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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員-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전라북도 순창군 |
집필자 | 박정미 |
[정의]
전라북도 순창 지역에서 소금 장수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원님이 된 소금 장수」는 우연히 알게 된 절구의 도움으로 고을 원님이 된 소금 장수의 신이담이자 행운담이고, 소금 장수는 한을 품고 죽은 사람이 변한 절구의 소원대로 절구를 가족에게 돌려주어 원을 풀어 주었다는 해원담이다.
[채록/수집 상황]
2003년 12월 양상화가 엮어 순창 문화원에서 간행한 『순창의 구전 설화』하의 283~286쪽에 수록되어 있다. 이는 김기곤이 채록한 것이다.
[내용]
신 영감은 소금 장수이다. 영감은 서해안에서 소금을 지게에 짊어다가 마을 곳곳에 다니면서 팔았다. 그런데 소금 장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비를 피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소금 장수는 넓은 창호지에 기름을 먹인 유지를 늘 가지고 다녔다. 비가 오면 소금 짐을 유지로 덮어 소금이 녹는 것을 막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수십 년 동안 소금 짐을 덮고 다니다 보니 유지는 소금에 절을 대로 절어 있었다. 그렇게 오랜 기간 유지를 가지고 다니던 소금 장수는 유지의 상태만 보아도 날씨를 예측할 수 있었다. 유지가 눅눅해지면 맑은 날이라도 곧 궂은 날씨가 되었고, 유지가 팽팽해지면 궂은 날이라도 곧 청명한 날씨가 되었다.
유지를 보고 날씨를 예측하는 소금 장수는 근처에서 이인(異人)으로 소문이 났다. 청명한 날인데도 비가 올 것이라고 하면 실제로 비가 왔고, 비가 오는 데도 날이 곧 맑아질 것이라고 하면 진짜로 비가 그치고 날이 개니 이인이란 소문이 날 수밖에 없었다.
이때에 하남의 한 고을에서 군수가 부임만 하면 죽는 괴변이 일어났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고을 원님으로 가는 것을 모두 마다하였는데, 이 때문에 고을 행정은 마비가 되었다. 그래서 나라에서는 각 고을에서 이인 한 사람씩을 뽑아 올리라는 명을 내렸다.
순창에서는 소금 장수 신 영감을 뽑아 한양으로 올려 보냈다. 한양을 가는 길에 소금 장수는 어느 주막집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하였다. 그런데 그 주막집을 들어가다가 잘못하여 대문간에 있는 절구통에 걸려 넘어질 뻔하였다. “아이고. 이놈의 절구야!” 하면서 넘어졌는데 “예. 왜 그러십니까?”라고 누군가가 말하였다. 그런데 아무 사람도 없어서 누가 그렇게 대답하는지를 몰랐다.
밤이 되자 주막집 주인이 소금 장수를 찾아왔다. “제 아내가 다 죽게 생겼습니다. 제 아내 좀 살려 주십시오. 나리께서 이인이시기에 나라에 뽑혀 올라가시니 제 아내를 살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였다. 소금 장수는 참으로 난감하였다. 그래서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하였다. 생각해 보니 이 집에 들어올 때 ‘이놈의 절구야’ 했더니 누군가 대답을 하였던 일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자정 무렵 아무도 없을 때 대문간으로 가서 “절구야!” 하고 불렀다. 그러자 “나리, 무슨 일이십니까?” 하고 말하였다. 살펴보니 대문에 붙어 있는 문고리였다. “절구야! 이 집 주인의 아내가 죽게 되었다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냐?” “예, 이 집터 밑에 유골이 있는데, 그걸 모르고 집을 지어서 그렇습니다.”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 “여자가 누워 있는 자리 밑을 파면 유골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을 파내어 좋은 곳에 묻어 주고 제사를 지내면 될 것입니다.” 소금 장수는 절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다음날 날이 밝자 소금 장수는 주막집 주인을 불러서 아내가 누워 있는 방장 밑을 파 보라고 하였다. 과연 유골이 나왔다. 소금 장수는 주인에게 그 유골을 좋은 곳에 묻어 주고 정성껏 음식을 마련하여 제사를 지내 주라고 하였다. 그러자 여자는 거짓말같이 병이 나았다. 주인은 감사하다면 어떻게 그 공을 갚아야 하느냐고 물었다. 소금 장수 신 영감은 다른 것은 다 필요 없고 대문에 박힌 문고리를 달라고 하였다.
문고리를 받아 든 소금 장수는 그것을 비단에 싸서 잘 간수하고 길을 떠났다. 조용한 밤 사람이 없을 때는 문고리 절구에게 세상일을 물어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드디어 소금 장수는 한양에 도착하였다. “절구야! 나라에서 무엇을 물어볼 것 같으냐?” “예. 하남의 한 고을에서 원님이 부임하는 날에 죽는 일이 생기는데, 그 이유를 물으실 것입니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느냐?” “나리를 그 고을 원님으로 보내 달라 하십시오.” 소금 장수는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드디어 임금님을 만난 신 영감은 문고리가 가르쳐 준 대로 자신을 그 고을의 원님으로 보내달라고 하였다. 원님으로 가려는 사람이 없는 상황이니 임금님은 흔쾌히 소금 장수에게 원님 교지를 내렸다.
고을 사또로 부임하게 된 신 영감은 “절구야! 이제 내가 어찌해야 하느냐?”라고 물었다. 절구는 “사또가 자는 방의 뒤에 수백 년 된 고목이 있습니다. 그 고목에 백여우 세 마리가 살고 있는데, 이것들이 사또를 죽입니다. 그러니 동헌에 도착하면 고목나무에 장작 수백 짐을 쌓아 놓고 포수 십여 명을 부르십시오. 그리고 장작에 불을 붙이면 여우가 튀어 나올 것입니다. 그때 포수들에게 여우를 쏴서 잡도록 명령하십시오.” 하였다. 신 사또는 절구의 말대로 하였다. 그러자 과연 여우가 튀어 나왔다. 포수들이 화살을 쏘아 여우를 죽였다. 그 이후로 이 고을에서 원님이 죽어 나가는 일은 없었다.
절구 덕분에 고을 원님이 된 소금 장수 신 영감은 그 은공을 갚고자 하였다. 그래서 어찌해야 은공을 갚을 수 있는지를 절구에게 물었다. 그러자 절구는 갑자기 흐느껴 울면서 “저는 서해안에서 소금을 운반하는 배의 도사공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풍랑을 만나 죽었는데 제 혼이 배의 무쇠 고리에 붙어서 땅 위로 올라왔다가 그 주막집의 대문 고리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저를 도와줄 사람을 기다리던 중에 나리를 만난 것입니다. 그러니 저를 강주 땅 도사공 절구의 집으로 데려다 주십시오.” 하였다.
사또가 된 소금 장수는 서해안 강주 땅에 가서 도사공 절구의 집을 찾았다. 그리고 절구의 아내와 아들을 불러 놓고 그동안의 일을 자세히 말해 주었다. 아내와 아들들은 문고리가 된 절구를 부여안고 한참 동안이나 울었다.
소금 장수는 문고리를 절구의 가족들에게 돌려주고 다시 하남 땅으로 올라와 고을 원님으로 선정을 베풀며 잘 살았다고 한다.
[모티프 분석]
「원님이 된 소금 장수」의 주요 모티프는 ‘소금 장수의 원님 되기’이다. 소금 장수는 무거운 소금을 지게에 지고 이 마을 저 마을을 떠돌아다니다 보니 이들의 애환과 관련된 수많은 이야기들이 전국에 분포되어 있다. 「원님이 된 소금 장수」는 우연히 만나게 된 절구의 도움의 받아 소금 장수가 고을 원님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다. 소금 장수가 원님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행운담이며, 절구의 원을 풀어 주었다는 점에서는 일종의 해원담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