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전라북도 순창군 풍산면 반월리에서 호랑이의 변신과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호랑이로 변한 남자」는 『주역(周易)』을 통달하여 변신술을 터득한 허생원이 호랑이로 변신하였는데, 사람으로 되돌아오지 못해 바위 위에서 『주역』을 배운 과거를 한탄했다는 둔갑 설화[변신담]이다. 또한 호랑이가 눈물을 흘린 바위가 주역 바위로 불린다는 암석 유래담이기도 하다.

[채록/수집 상황]

1998년 2월 순창 문화원에서 간행한 『순창의 전설』의 61~63쪽에 수록되어 있다. 이는 이종진·이보근 등이 전라북도 순창군 풍산면 반월리에서 주민 류근호[남, 1934년 생]로부터 채록한 것이다.

[내용]

옛날에 상죽 마을에 허생원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허생원은 글공부를 많이 해서 『주역』에도 통달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사람이 변신하는 술법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호랑이가 되려 하면 호랑이가 되고, 여우가 되려 하면 여우가 되었다. 허생원은 호랑이로 변하면 다른 호랑이를 집에 데리고 와서 같이 놀기도 하였다. 집안 식구들은 갑자기 호랑이가 집으로 들어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이 자꾸 반복되자 집안 식구들은 너무 힘들어 했지만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어느 날 밤 허생원의 부인은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밤에 자는 척하며 남편의 동정을 살폈다. 그런데 밤이 깊어지자 잠을 자던 남편이 슬며시 일어나 무슨 책을 읽었다. 남편은 그 책을 읽고 나서 호랑이가 되기도 하고 여우가 되기도 하였다. 그러고는 밖으로 나가 새벽녘 첫닭이 울 때쯤이 되면 슬며시 돌아와 다시 책을 읽고 사람이 되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짐승으로 변신할 때는 책을 똑바로 읽고, 사람이 될 때는 책을 거꾸로 읽는 것이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부인은 허생원에게 애걸복걸하며 제발 짐승으로 둔갑하는 것을 그만 두라고 하였다. 그러나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을 하였는데도 허생원은 부인의 말을 듣지 않고 매일 밤 짐승으로 둔갑하여 나가서 돌아다니다가 새벽녘에 들어오는 일을 계속하였다.

허생원의 부인은 하는 수 없이 남편이 호랑이로 변하여 밖으로 나간 사이 남편이 읽는 책을 태워 버리기로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남편이 호랑이가 되어 나갔을 때 책을 태워 버린 것이었다. 새벽녘에 집에 돌아온 남편은 다시 사람이 되기 위해 책을 찾았으나 책은 이미 불타 버리고 없는 상황이었다. 남편은 호랑이에서 인간이 되지 못하고 매우 애석해 하면서 눈물만 뚝뚝 흘리다가 밖으로 나가 버렸다. 밖으로 나간 남편은 마을 어귀에 있는 커다란 바위 위에 앉아 몇 날 며칠을 한없이 눈물만 흘리다가 다시는 사람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에 한을 품고 사라져 버렸다.

『주역』을 배우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인데, 그 『주역』 때문에 이렇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호랑이가 된 남편이 앉아서 눈물을 흘리던 바위를 ‘주역 바위’라 부르게 되었다.

[모티프 분석]

「호랑이로 변한 남자」의 주요 모티프는 ‘변신’이다. 「호랑이로 변한 남자」는 인간 중심으로 변화가 이루어지는 인간 둔갑형 설화이다. 대개 인간 둔갑형 설화는 사람의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전승 집단의 의식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호랑이로 변한 남자」는 호랑이로 살다가 부인에게 들켜 다시 사람으로 변하는 둔갑이 실패한 사례이다. 남편이 호랑이로 변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부인이 둔갑술을 펼치기 위한 책을 태워 없애는 바람에 남편은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