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9018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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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進士-鬼神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작품/설화 |
지역 | 전라북도 순창군 인계면 중산리 |
시대 | 조선/조선 후기 |
집필자 | 박정미 |
수록|간행 시기/일시 | 1998년 2월 - 「양 진사와 큰애기 귀신」 『순창의 전설』에 수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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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록지 | 전라북도 순창군 인계면 중산리 |
성격 | 귀신 제압담 |
주요 등장 인물 | 양 진사|처자 귀신|마부 |
모티프 유형 | 귀신을 굴복시킨 선비의 지조 |
[정의]
전라북도 순창군 인계면 중산리에서 양 진사가 만난 처녀 귀신과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개설]
「양 진사와 큰애기 귀신」은 양 진사를 사모하다가 죽은 큰애기[처녀] 귀신 때문에 번번이 과거에 낙방을 했는데도 굴하지 않고 학자의 자존심을 지키며 마음을 주지 않았다는 귀신 제압담(制壓談)이다. 양 진사의 마음을 얻지 못한 큰애기 귀신은 결국 양 진사가 과거에 합격할 수 있도록 하였다는 이야기이다.
[채록/수집 상황]
1998년 2월 순창 문화원에서 간행한 『순창의 전설』의 115~116쪽에 수록되어 있다. 이는 양정욱이 전라북도 순창군 인계면 중산리 경로당에서 노인들로부터 채록한 것이다.
[내용]
지금으로부터 200여 년 전, 건지산 동쪽 중매 마을에 양 진사라고 불리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양 진사는 어려서부터 외모가 출중하였고, 의관도 단정하였으며, 무엇보다 총명하고 문재가 뛰어나 근방에서 글 잘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래서 스승과 아버지의 권유로 과거 시험을 보러 가기로 하였다.
양 진사는 노자며 옷가지며 지필묵을 챙겨 나귀에 올랐고, 건장한 마부 한 명도 대동하였다. 서울로 가기 위해서는 버드징이 고개를 넘어 묘동 마을을 지나 흔앵이 강변으로 가야 했다. 그런데 흔앵이 강변에 당도했을 때 갑자기 양 진사가 신음 소리를 내더니 나귀 등에서 굴러 떨어졌다. 양 진사는 손발이 뒤틀리고 오그라지면서 비명을 질러대며 허우적대다가 혼절했고, 다시 의식을 회복하면 또 배를 움켜쥐고 뒹굴며 울부짖었다. 갑작스럽게 당한 일이라 마부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런데 저 멀리 들판에서 일을 하던 한 처자가 그 광경을 보았다. 처자는 조용히 다가와서 “남녀가 유별한데 예가 아닌 줄을 알지만 도련님 사정이 저리 급하게 되었으니 나 몰라라 할 수가 없어 왔습니다. 제가 한 번 도련님을 보아도 되겠습니까?” 하였다. 당장 죽을 듯한 상전을 눈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손 쓸 방도가 없었으니 마부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자 처자는 살며시 손을 내밀어 양 진사의 왼팔을 잡고 진맥을 하였다. 그러고는 품 안에서 바늘 한 개를 꺼내 양 진사의 왼손 엄지 끝을 터주었다. 그러자 검붉은 피가 쏟아져 내렸다. 처자는 마부에게 맑은 물 한 주발을 떠오게 하여 양 진사에게 한 두 모금 넘기도록 하였다. 그러고는 이제 좀 안정하면 괜찮아질 것이라 하고는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났다.
잠시 후 과연 처자의 말대로 양 진사는 통증이 가라앉고 개운해져 기운을 회복할 수 있었다. 양 진사는 마치 악몽을 꾼 듯 어리둥절하였고, 마부도 어리둥절하였다. 마부는 양 진사에게 잠시 집으로 돌아가서 의관도 바꿔 입고 기운도 추스른 다음에 다시 과거 길에 오를 것을 권하였으나 양 진사는 시간이 급하다 하여 다시 서울로 가는 길을 재촉하였다. 무사히 서울에 도착한 양 진사는 과거 시험을 무사히 치렀으나 불행히도 낙방하였다.
양 진사는 일 년을 더 공부하여 다시 과거 길에 올랐다. 전에 갔던 길을 따라가면서 지난해 고생했던 그 길목에 당도하였다. 마부는 농담 삼아 “지난해는 재수 없게 여자가 발동하여 시험에 낙방하였으니 올해는 여자를 조심하십시오.”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양 진사는 크게 화를 내며 “이놈! 도움을 받았으면 고마운 줄을 알아야지. 내가 낙방한 것이 어찌 그 여자 탓이겠느냐? 다시는 그런 소리 하지 말거라.”라며 호통을 쳤다. 그러고는 “그때는 경황이 없었고, 과거 보러 가는 길이어서 그냥 갔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처자의 부형이라도 한 번 만나 봤어야 했을 것인데, 그러지 못한 것이 미안하구나. 이후에라도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찾아볼 것이니라.” 하면서 일 년 전의 일을 잠시 회상하였다.
서울에 도착한 양 진사는 과거 시험을 치렀는데 이번에도 또 낙방을 하였다. 그러나 양 진사는 실망하지 않고 더욱 공부에 정진하면서 세 번째 과거 시험을 준비하였다.
마침내 세 번째 과거 시험을 보러 떠나게 되었는데, 떠나기 바로 전날 밤이었다. 2년 전 흔앵이 강변에서 곽란증으로 고생할 때 도와주었던 처자가 하얀 소복 차림을 하고 꿈에 나타나서 하는 말이 “소녀는 2년 전에 흔앵이 강변에서 도련님을 뵙고 나서 도련님만을 사모하다가 죽은 소녀입니다. 지금도 도련님을 생각하고 있으니 내일 서울 가시는 길에 잠시만이라도 제 무덤을 찾아 주시면 죽은 넋이라도 여한이 없겠습니다.” 하였다. 꿈에서 깬 양 진사는 더 이상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밤을 새웠다. 먼 길을 떠날 사람이 잡념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싶어 양 진사는 애써 그 생각을 떨쳐 버리고 과거 길을 재촉하여 서울로 갔는데, 이번에도 과거 시험에 낙방하고 말았다.
집으로 돌아온 양 진사는 마부를 시켜 꿈에 나타난 처자가 누구인지 알아보라고 하였다. 며칠이 지난 후 마부가 이르기를, 그 처자는 마리에 사는 김 약방네 무남독녀 외동딸인데 나이 열아홉 살에 시름시름 앓다가 얼마 전에 원인 모르게 죽었다는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 말로는 상사병이 나서 죽은 것이라고 수군수군했다는 것이다. 양 진사는 ‘아뿔싸!’ 신음 소리를 내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악을 쌓았다고 자책을 하였으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다음에 그 무덤이나 한 번 찾아가 봐야겠다고 하고는 우선 잡념을 버리고 학문에만 집중하여 열심히 공부하였다. 마침내 그 고을에서 으뜸가는 선비가 되었다.
네 번째 과거 시험을 보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과거 길을 떠나기 전날 밤 꿈에 또 그 처자의 귀신이 나타났다. 처자는 “도련님, 도련님이 과거에 낙방한 것은 공부가 모자라서가 아닙니다. 소녀의 한이 맺혀서 그러한 것이니 부디 제 무덤을 찾아 주시면 이번에는 장원 급제할 것입니다.” 하였다. 이 말을 들은 양 진사는 몹시 불쾌하였다. 그래서 “요망한 것이 감히 장부를 희롱하는구나. 네 일찍이 나를 도와주어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같이 나를 겁박하느냐?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말거라.” 하고 호통을 쳤다. 이 말을 들은 처자는 서럽게 울면서 절을 하고 물러났다.
다음날 양 진사는 곧바로 서울로 올라가 네 번째 과거 시험을 치렀으나 역시 낙방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양 진사가 학문이 으뜸임을 알고 있었기에 과거 운이 없는 것이라고 믿었다. 실제로 양 진사가 가르친 제자들은 과거에 여럿 합격하였으나 양 진사는 60이 넘도록 번번이 과거 시험에 낙방하였다. 과거 시험을 보러 갈 때마다 처자 귀신이 나타나 똑같은 말을 하였지만 양 진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학자의 자존심을 지켰던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 과거 시험을 보러 가는 날 밤에 처자 귀신은 또 나타났다. 그런데 하는 말이 예전과 달랐다. 처자 귀신은 “소녀와 생원님은 전생에 악연이 있어서 그 갚음으로 제가 그동안 거짓을 아뢰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진실을 말씀드리면 생원님의 운세가 늦게 통하여 과거 급제가 늦은 것입니다. 이번에는 합격할 것입니다.” 하고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과연 처자의 말처럼 양 진사는 과거에 급제하여 생원 진사가 되었고, 뒤에 가선대부 동지중추부사를 하였다.
[모티프 분석]
「양 진사와 큰애기 귀신」의 주요 모티프는 ‘귀신을 굴복시킨 선비의 지조’이다. 양 진사를 사모하다가 죽은 처자 귀신은 자신의 무덤을 찾아 줄 것을 양 진사에게 계속 간청하였으나 양 진사는 끝내 그 무덤을 찾지 않았다. 무덤을 찾아 주면 장원급제할 것이라는 처자 귀신의 말을 듣지 않고 학자의 자존심을 지켰던 것이다. 결국 귀신조차도 양 진사의 지조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고, 끝내 양 진사의 마음을 얻지 못했으며, 양 진사는 늦은 나이에 과거에 급제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