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전라북도 순창 지역에서 오랜 세월을 두고 기억 전승되어 사용을 피하거나 금기시되는 행동에 관련된 말.

[개설]

금기어(禁忌語)는 일상생활이나 종교적 의례에서 관습적으로 사용하기를 꺼리는 말이나 행동을 표현한 말로,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는 속신이다. ‘속신어(俗信語)’라고도 하는 금기어는 보통 관습적인 민간 신앙의 하나로 사람들이 해서는 안 되는 행위나 말들을 표현하고 있다. 대부분 “무엇을 하면 어떻게 된다.”, “어떻게 하면 무엇이 나쁘다.” 등의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일상생활이나 종교적 의례에서 어떤 대상에 대한 접촉이나 언행을 제한한다. 흔히 터부(taboo)와도 같은 뜻으로 쓰인다. 보통은 ‘가리는 일’이나 ‘금하는 일’ 혹은 ‘지키는 일’, ‘삼가는 일’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내용]

순창 지역에서 사용되는 금기어들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사용되는 금기어들과 대동소이하다. 다만 순창 지역의 방언형들이 반영된 형태로 나타날 뿐이다. 금기어는 일상생활, 산속(産俗), 상사속(喪事俗), 여성 등과 관련한 금기어로 구분할 수 있다.

1. 일상생활과 관련한 금기어

발 뻗고 밥 먹으면 복 달아난다./ 다리를 떨고 있으면 복 달아난다./ 남에게 침 뱉으면 버짐이 난다./ 간장이 팔딱 뒤집어지면 집안이 망한다./ 고목이 쓰러지면 나쁜 일이 생긴다./ 마을 당산나무를 해꼬지하면[해코지하면] 동티난다./ 초상집에 갔다 와서 돼지가 새끼 낳는 것을 보면 새끼가 죽는다./ 쪽밤[쌍동밤]을 혼자 다 먹으면 뻐드렁니 난다./ 8월에 문 바르면 재수가 없다./ 이른 봄에 흰나비를 먼저 보면 상복을 입는다./ 실패에 실이 감겨 있지 않으면 부모가 깨벗고[헐벗고] 있다./ 까마귀가 울면 초상이 난다./ 업[구렁이]이 보이면 집안이 망한다./ 제비 새끼 잡으면 추학[하루거리]에 걸린다./ 방문 앞에서 칭이를 두르면 재수가 없다./ 머리에 손 얹고 자면 걱정 근심 생긴다./ 해 넘어갈 때 방맹이질[방망이질]을 하면 젊은 사람 기가 없어진다./ 저녁에 손톱이나 발톱을 깎으면 달걀귀신이 따라다닌다./ 다듬잇돌 베고 자면 입이 비틀어진다./ 옛날이야기 좋아하면 가난하게 산다./ 낮에 대문을 걸어 잠그면 재산이 늘지 않는다./ 대문을 함부로 내면 그 집 망한다./ 남의 집 개가 우리 집에 들어오면 재수가 없다./ 손가락이 길면 게으르다.

2. 산속과 관련한 금기어

애기[아기] 낳은 여자가 볶음질 하면 애기 얼굴에 두드러기가 난다./ 아기 낳고 못질 하면 아기 눈이 먼다./ 아기 낳은 집에 상제가 들어가면 젖이 모자란다./ 당산나무에 오줌 싸면 애가 떨어진다./ 갓난아이에게 우황을 많이 먹이면 병신 된다./ 한 지붕 아래에서 동시에 애기 둘을 낳으면 한 사람이 치인다.

3. 상사속과 관련한 금기어

송장 앞에서 소변을 보면 송장물이 흐른다./ 기름병을 입으로 핥으면 유언도 못하고 죽는다./ 동네에 초상이 났을 때 빨래를 널면 해롭다./ 동네에 초상이 났을 때 장롱 문을 열면 해롭다./ 초상 치를 때 들어온 사람은 초상 치르고 나가야 한다./ 지게를 방문 앞에 세워 놓으면 사람이 죽는다./ 손톱 발톱 깎아서 태우면 부모가 돌아가신다./ 제사 앞두고 개고기 먹으면 안 된다./ 고양이가 굴뚝에 들어가면 송장이 일어난다./ 진밥을 좋아하면 일찍 죽는다.

4. 여성과 관련한 금기어

떡 찌다가 오줌 싸러 가면 떡이 익지 않는다./ 여자가 비오는 날 머리 감으면 부모 장삿날 홍수 난다./ 여자가 말이 많으면 그 집안 망한다.

[의의]

우리 조상들에게는 오랜 옛날부터 일상생활에서 얻어진 경험을 진리로 믿어 왔던 속신들이 가슴 깊이 뿌리박혀 전해 오고 있다. 이렇게 오랜 전통에서 얻어진 교훈들을 우리 조상들이 금기어로 다듬어 내고 간직하면서 긍정적으로 믿고 받아들여 인간 교육·사회 교육의 하나로 간주하여 금기어를 후세대에 전하고 있다. 따라서 금기어는 조상의 귀중한 생활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