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기 때 경인로는 이렇게 포장된 길이 아니고 흙길이었어. 기찻길 말고 인천에서 서울 가는 유일한 육로였지” 권이홍[1931년생] 씨에게 ‘주막거리’에 대해 묻자 경인로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먼저 풀어 놓는다. 수궁동 마을 입구 부근에 형성됐던 주막거리는 서울 영등포구청에서 오류동으로 자동차 도로가 나기 전인 1966년까지 인천에서 서울로 오가는 이들이 쉬어 가던 길목...
“여기가 다 논틀발틀로 산 넘어 부천까지 오갔지. 오류동 앞길은 서울에서 인천 가는 유일한 길이었어. 마차들이 쉬어 가던 데가 주막거리고.” 수궁동 토박이 권이홍[1931년생] 씨는 마을의 옛 모습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터널을 비롯한 길이 뚫리면서 지도를 펼쳐 수궁동을 보면 工자 모양으로 길이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동쪽으로 서울, 서쪽으로 부천에...
“한옥이 드문드문 있었지. 지금 우리 집 같은 한옥이 산 아래 길 따라 있었어.” 90여 년을 궁동에서 산 이혁진[1906년생] 씨는 1949년 지은 한옥을 지금까지 관리 보존하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옛 집을 헐고 새로 집을 지을 때 오래된 한옥을 헐지 않은 대신 바로 옆에 새 집을 지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혁진 씨 집은 궁동의 옛 주거상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는 공간...
“처음엔 3층까지밖에 지을 수가 없었어. 1990년대에 한 층 더 올려 4층이 된 거지.” 수궁동 토박이 이근수[1933년생] 씨가 30년 전 지은 건물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이근수 씨는 수궁동 집성 가문인 전의이씨 26세손이다. 아버지가 물려준 600평[1983.47㎡]의 땅에 1980년대 초반 3층짜리 건물을 지었다. “내 동생이 여기서 부동산을 할 때였어. 80...
궁동에 봄이 내렸다. 궁동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궁골길 가로수가 온통 솜털같이 하얀 손을 내민다. 유래 없는 봄 한파로 2010년 서울 여의도 윤중로는 예년보다 열흘 가량 벚꽃이 늦게 만개했다. 그런데 궁동은 여의도보다 1주일이나 늦은 4월 말에도 벚꽃이 활짝 펴 있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수궁동은 서울 서남단에 위치한 풍치지구다. 풍치지구란 도시계획법 18조...
“수궁동은 교육 마을이나 다름없죠.” 수궁동 주민들에게 수궁동 자랑을 듣다 보면 ‘교육’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나지막한 건물이 들어선 수궁동에 학교만 아홉 개가 있기 때문이다. 궁골길에 인접한 서서울생활과학고등학교·오류고등학교·구로여자정보고등학교를 비롯해 온수초등학교 길을 따라 온수초등학교·우신중학교·우신고등학교·세종과학고등학교·서울정진학교가 있다. 청룡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