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9000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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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言語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언어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개관) |
지역 | 전라북도 순창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주경미 |
[정의]
전라북도 순창 지역에서 쓰이는 토박이 언어.
[개설]
한 언어에 속하면서 특정 지역에서 특정한 음운적, 형태적, 어휘적 속성을 보이며 쓰이는 언어를 방언 또는 지역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표준어와는 다른 어떤 지역만의 특유한 단어나 언어 사용법을 말한다.
순창 지역어는 방언적 구획으로 볼 때 서남 방언에 속한다. 서남 방언은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지역에서 사용되는 방언인데, 전라북도의 경우 방언권은 다시 서부와 동부로 하위 구획될 수 있다. 순창의 지역어는 동부 방언권에서도 동남부 방언권으로 구획된다. 동남부 방언권의 특징은 전라남도의 방언적 특성을 많이 보여 준다는 점이다. 이는 순창군이 전라남도 담양군과 인접해 있고, 실제 생활권도 전라남도와 많은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순창 방언의 특징]
1. 음운적 특징
먼저 순창 방언의 음운 체계를 살펴본다. 순창의 단모음 체계는 세대별로 차이를 보인다. 70대 이상에서는 ‘이, 에, 애, 위, 외, 으, 어, 아, 우, 오’ 등 10모음 체계를 보이지만 50~60대에서는 ‘위’와 ‘외’가 없는 8모음 체계를 보인다. 그리고 50대 미만에서는 ‘에, 애’가 중화되어서 7모음 체계를 갖는다. 이러한 현상은 국어 전반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중 모음에서는 ‘예’, ‘얘’가 구별되지 않고, ‘의’는 ‘으’나 ‘이’로 나타난다. ‘와’도 자음 뒤에 올 때는 ‘아’로 나타난다.
순창 방언의 자음 체계는 표준어의 그것과 동일하다.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 ㄲ, ㄸ, ㅃ, ㅆ, ㅉ’ 등 19이다. 음절말 위치에서는 ‘ㄱ, ㄴ, ㄷ, ㄹ, ㅁ, ㅂ, ㅇ’ 등 7자음만이 실현된다. 장애음 ‘ㄱ, ㄷ, ㅂ, ㅈ’의 ‘ㅎ’과 결합하여 ‘ㅋ, ㅌ, ㅍ, ㅊ’이 되는 유기음화 현상과, 음절말의 폐쇄음 다음에 오는 장애음 ‘ㅎ, ㄷ, ㅂ, ㅅ, ㅈ’ 들이 된소리화하는 경음화 현상도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이러한 음운 현상도 국어에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음장은 순창 방언에서도 초분절 음소로 작용한다[말[馬]/말:(言), 밤(夜)/밤:[栗], 배[梨, 腹]/배:(倍)].
음운 변화로는 우선 ‘ㅣ’모음 역행 동화, 일명 움라우트 현상이 활발하게 나타난다. 한 어휘 형태소 내부에서 일어나기도 하고, 형태소 경계에서 일어나기도 한다.
“장끼→쟁끼, 지팡이→지팽이, 나락+이→나래기.”
구개음화 현상은 k구개음화뿐만 아니라 h구개음화도 많이 나타난다.
“키(곡식을 골라내는 도구)→치, 김칫국→짐칫국, 길어다 먹다→지러다 먹다, 형님→성님, 흉년→숭년.”
중세어에서 순음 아래에 ‘ㆍ’를 가졌던 단어들은 ‘ㅗ’로 변화되어 나타난다.
“파리→포리, 말리다→몰리다.”
2. 문법적 특징
1인칭 대명사 ‘나’에 여격 조사가 붙으면 ‘나게다, 나기다, 내기다’ 등으로 나타난다. ‘나’의 겸양칭인 ‘저’는 주격형으로 쓰일 때 ‘지’로 실현된다. 2인칭 대명사 ‘너’에 관형격 조사 ‘의’가 결합하면 일반적으로 ‘니’로 실현되지만 ‘너그, 느그’ 형태가 쓰이기도 한다. 2인칭 대명사의 복수 형태 ‘너희들’은 ‘너이덜’로 확인된다.
조사 가운데 여격 조사 ‘-한테’는 ‘-안테, -안티’ 등으로 쓰이며, ‘-에게’는 ‘-으게’로 나타난다. 공동격 조사 ‘-와/과’는 거의 쓰이지 않고 ‘-허고’나 ‘-랑/이라’이 나타난다.
종결 어미에서 의문형의 경우 ‘-십니까?’는 ‘-십니겨, -십니껴’ 형태로 나타난다. 보조 형용사 ‘싶다’는 ‘잪-’다 형태로 나타난다. “~하고 자프냐, ~하고 자퍼서” 등으로 쓰인다. 추정의 의미를 가지는 ‘-은가/나 보다’ 형은 ‘-은갑이다, -은갭이다’로 실현된다.
3. 어휘적 특징
순창 지역에서 쓰이는 단어 중 표준어와 다른 예들은 다음과 같다.
멍석→덕석/ 어레미→얼기미/ 시래기→씰가리/ 부추→솔/ 주걱→주벅/ 부엌→정지/ 이엉→날개/ 뜰→토방/ 똬리→또가리/ 얼레빗→얼기빗/ 딸꾹질→때깍질/ 새우→새비/ 덩굴→넝출/ 낮다→야찹다/ 달래다→달개다/ 우박→느리우박/ 노을→북새
[과제와 전망]
시대가 흐름에 따라 언어가 변하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또한 인간의 삶이 변하면서 어휘의 변화가 나타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실제로 농경이 주된 생활 방식이었던 사회가 변하면서 농경과 관련한 단어들이 많이 소멸되고 있으며, 주생활의 양식이 변화하면서 주생활과 관련된 단어들 또한 많이 소멸되고 있다. 여기에 교통의 발달과 통신 매체의 발달로 지역의 고유 언어가 표준어화 되어 가는 경향 또한 크게 나타나고 있다.
순창의 방언도 이러한 변화를 피해 가지 못하고 있다. 삶의 방식의 변화로 인하여 이전의 삶과 관련된 많은 단어들이 소멸되고 있다. 그러나 소멸의 위기에 처한 단어들 중에서 국어의 역사에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단어들이 많다. 따라서 해당 지역의 언어들을 조사하고 채록해 두는 일은 시급한 일이다. 순창 지역어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일천하다. 지방 자치 단체는 순창의 방언을 조사하고 채록하는 일에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