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55019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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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時調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문학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경상북도 청도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민병도 |
[정의]
경상북도 청도 지역과 관련된 한국 고유의 정형시.
[개설]
시조는 민족 문학의 대표적인 장르이자 700년이 넘도록 전해 내려오는 동안 민족시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일찍부터 부족이 결집하여 국가 형태를 이루어 온 지리적 독자성에 걸맞게 청도는 대대로 정신문화의 꽃을 피워 왔다. 그 가운데 하나로 시조를 꼽을 수 있다. 청도를 기반으로 한 시조 문학의 시대사적 사례들을 살펴보고 그 차별성을 검증함으로써 장차 글로벌 시대가 요구하는 경쟁력 높은 문화 산업의 단초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시대별 시조 문학의 흐름]
1. 조선 시대-고시조
민족 문학의 도도한 흐름과 궤를 같이해 온 시조의 역사는 고려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조선 시대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7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민족의 공감대를 발판으로 발전하여 왔다. 때로는 날카로운 시대정신의 표출로, 때로는 나라와 민족의 안녕을 갈구하는 수단으로 민심을 하나로 모으고 삶의 갈증을 해소하는 방편으로 삼기도 하였다. 시조는 조선 전기에는 창(唱)의 구조 위에 문자와의 조화로 풀어내는 양식적 특징으로 인해 대체로 사대부들이나 문인들에 의해서 발전되어 온 장르이다. 그러나 기록에 남겨지기까지 구전의 방식으로 많은 사람들과의 공감을 확보하기도 하였다. 게다가 조선 후기에 오면서 사설(辭說)이나 엇시조라는 소리의 변화에 얹혀 세태를 풍자하고 자신의 감정을 정화하는 다양한 양태로 발전하였다.
문헌상으로 등장하는 청도의 시조는 1656년(효종 7) 수헌(壽軒) 이중경(李重慶)[1599∼1678]이 지은 『오대 어부가(梧臺漁父歌)』에서부터 비롯된다. 『오대어부가』에는 「오대 어부가 9곡(梧臺漁父歌 九曲)」, 「어부사 5장(漁父詞 五章)」, 「어부 별곡 전 3장(漁父別曲 前三章)」, 「어부 별곡 후 3장(漁父別曲 後三章)」 등 총 네 편의 연시조 20수로 이루어져 있다.
1983년 장인진에 의해 발굴된 『오대 어부가』는 이중경이 ‘오대 어부가 자서(梧臺漁父歌自序)’를 통해 시작 배경과 심경을 상세히 밝히고 있다는 데서 문학사적 의의뿐만 아니라 당시 지역 문학의 환경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중경의 본관은 전의(全義)이지만 증조할아버지 이흥지(李興智)가 청도의 박하담(朴河淡)의 딸과 혼인하여 경기도에서 청도로 이주하였다. 이중경은 여섯 살 되던 해에 아버지가 기축사화(己丑士禍)에 연루되어 죽자 어머니를 따라 외가인 예천에서 성장하였다. 그러나 스무 살에 다시 청도로 돌아와 가묘를 정비하고 지역의 재지 사족들과 교유하는 한편 주변 산수를 벗 삼아 지냈다. 이중경은 마흔네 살에 운문산 일대의 경승지를 유람하다가 오대(梧臺)의 빼어난 절경을 발견하고 일생을 그곳에서 보낼 것을 결심하였다. 그리고 마흔아홉 살에 초가로 오대정사를 짓고 집 앞으로 흐르는 강에서 고기를 잡는 초부(樵夫)의 삶을 살게 된다. 여기서 겪은 체험으로 「오대 어부가」가 탄생하였다. 대표적인 시조 두 수를 뽑자면 아래와 같다.
「오대 어부가 1곡」
일곡(一曲) 승계산(勝溪山)의 생애(生涯)를 브텨 두고
어초(漁樵)을 일을 삼아 백년(百年)을 보내리라
어즈워 무이구곡(武夷九曲)이 예도 긘가 노라
「오대 어부가 1곡」에는 『오대 어부가』 전체를 관류하는 은둔자적 정조가 짙게 나타나 있다. 이중경은 자신이 살아가는 ‘오대’를 ‘승계산’이라 하고 장차 100년을 살아갈 마음의 터전으로 삼는다. 더욱이 주자의 「무이도가(武夷櫂歌)」에 빗대어 ‘무이 구곡(武夷九曲)’이라 상정함으로서 무욕과 낙천의 삶을 다짐하고 있다.
「어부 별곡 전 2장」
처음의 못 생각여 시서(詩書)를 일삼도다
중간의 망(妄)녕되어 명리(名利)를 라도다
물외(物外)에 풍월(風月) 강산(江山)이 내 분인가 노라
한때 잘못 생각하여 과거 시험에 뜻을 두고 시서를 읽으면서 명리를 바란 적도 있으나 재물이나 권력이 아닌 영구불변한 자연에서의 삶이 분에 맞는 모습임을 깨닫는다는 내용이다. 위정자와 시대에 대한 불만을 다스리고 자기를 합리화시키는 보신주의적 경향을 읽을 수가 있다. 이는 당대 향촌 지배 구조의 일반화된 처세의 모습이기도 하다.
전체 20수 가운데 2수만 일별해 보았지만 은둔거사 이중경의 시대 의식과 민족시인 시조의 생활화가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 줌으로써 이후 청도의 현대 시조를 뿌리내리게 한 계기가 되었다고 할 있다.
2. 현대-현대 시조
노래의 가사(歌詞)로 활용하던 고시조와는 달리 현대 시조는 본격적으로 활자화한 문학의 모습으로 양상이 변모한다. 서구 문명의 유입과 일제 강점기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민족 문학의 쇠락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이런 가운데서도 민족시의 정수요, 본류인 시조를 향한 애국 시인들의 저항은 독립운동에 비견할 수 있는 용기요, 용단이었다.
현대 시조의 중흥에 불을 붙여 서구에서 도입된 자유시에 맞서 독자적인 문학의 장르로 정착시키는 데는 청도 출신의 시조 시인 이호우(爾豪愚)[1912∼1970]와 이영도(李永道)[1916∼1976]가 크게 기여하였다. 이호우와 이영도는 오누이 관계로 청도를 대표하는 시조 시인으로 활동하였다.
오빠 이호우는 『문장』을 통해 가람(嘉藍) 이병기(李秉岐)[1891∼1968]의 추천으로 등단하였다. 고시조가 지닌 노랫말의 이미지를 벗겨 낸 새로운 언어 미학을 선보임으로써 시조를 본격적으로 문학의 범주에 안착시키는 성과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호우의 시집으로는 1955년에 발간한 『이호우 시조집』과 1968년에 발간한 『휴화산』이 있다. 특히 『휴화산』은 누이 이영도의 시집과 합본 형태로 발간한 ‘오누이 시조집’ 가운데 한 권으로 세간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영도는 1946년 『죽순』에 시조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등단하여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성과 절제된 시어의 선택으로 삶의 애환을 정감 있게 표현하였다. 고시조의 황진이와 더불어 최고의 여성 시조 시인으로 평가받았다. 이영도의 시집으로는 1954년에 발간한 『청저집(靑苧集)』과 ‘오누이 시조집’ 가운데 한 권인 『석류』, 그리고 1976년에 발간한 유고 시조집 『언약』 등 세 권이 있다. 이영도는 이외에도 『춘근집』, 『비둘기 내리는 뜨락』, 『머나먼 사념의 길목』, 『애정은 기도처럼』 등 많은 수필집을 발간하였다.
청도에서는 이호우·이영도 오누이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 시조 문학의 새로운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호우·이영도 문학 기념회가 설립되어 지금까지 한국 최고 권위의 시조 문학상인 ‘이호우·이영도 시조 문학상’을 시상해 오고 있다.
현재 ‘이호우·이영도 문학 기념회’ 회장을 맡고 있는 민병도는 오누이 시인의 시 정신을 올곧게 지켜 나가는 파수꾼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1973년부터 이영도를 사사한 민병도는 1976년 『한국 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지금까지 『슬픔의 상류』, 『내 안의 빈집』, 『원효』, 『들풀』 등 17권의 시집, 평론집, 수필집을 발간하였다. 그 공로로 한국 문학상, 가람 시조 문학상, 중앙 시조 대상, 김상옥 문학상 등을 수상하고 고향 청도에 돌아와 청도 시조를 지키고 있다. 오누이 시조 문학상의 제정에서부터 20년이 넘는 지금까지 운영을 도맡아 오고 있다.
청도의 시조 문학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 가운데서도 이영도의 지도를 받은 박옥금[1927∼2005] 역시 평생을 오누이 시인들의 시 정신을 지켜 나가기 위해 노력하였던 바 『내가 아는 이영도, 그 달빛 같은』이라는 평전을 남기기도 하였다.
오늘날 역시 청도 문학의 중심은 시조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 문인 협회 청도 지부[청도 문인 협회]에서 활동하는 시조 시인으로는 박기섭, 정해원, 리강룡, 정경화, 최재남, 서석조, 김분조, 최은숙, 조정희, 강옥숙, 김종두, 안주봉, 임성화 등이 있다. 이 가운데서도 ‘오늘의 시조회의’ 의장을 역임한 박기섭은 시조의 현대적이고 차별화된 작품 세계를 구축하여 시조단의 주목을 이끌어 오고 있다.
그 외에도 ‘시조의 수도, 청도’라는 슬로건의 현실화를 목표로 ‘목우회’가 정기적인 시조 창작 공부를 통하여 그 활동 범주를 넓혀 나가고 있어 앞으로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또한 매년 개최되는 ‘이호우·이영도 시조 문학상’ 시상식과 ‘전국 시조 낭송 대회’, ‘오누이 전국 시조 공모전’ 등 민족 문학의 새로운 비전을 향한 청도 시조 시인들의 다양한 노력들이 행정 당국의 지원과 맞물리면서 차별화되고 독자화된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